Tag: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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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빈집을 채우는 기술: 시간을 옮겨 집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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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마스터링: 철거되지 않는 기억, 그리고 해체와 재생의 기록 낡은 것을 버리지 않고, 옮기는 사람들 예전에 살던 동네, 세검정초등학교 맞은편에는 흥미로운 창고가 하나 있었다. 종로구가 운영하는 ‘한옥철거자재 재활용은행’이었다. 그곳에는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질 뻔했던 한옥들의 잔해—대들보와 서까래, 그리고 기와들이 정갈하게 쌓여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히 다가가 대들보를 들여다보면, 그곳엔 저마다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안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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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빈집의 침묵: 눈을 감아야 느껴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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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 가르쳐준 본질의 언어 어둠을 지나야 만나는 빛 국립중앙박물관 2층, 소란스러운 로비를 지나 어둡고 고요한 복도로 들어서면 세상의 소음이 차단된다. 미세하게 기울어진 바닥에 걸음이 저절로 느려지고, 벽은 숯 향을 머금은 듯 거친 질감으로 마감되어 있다. 그 긴 어둠의 끝, 은은한 조명이 아련하다. 130평 남짓한 거대한 공간, ‘사유의 방’에는 오직 두 점의 불상만이 존재한다. 삼국시대 6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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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입주 및 디지털 전입신고: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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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성(Castle), 존재하기 위해선 증명해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성(Das Schloss)>에서 주인공 K는 성(Castle)이 내려다보이는 마을에 도착한다. 그는 성으로부터 측량사로 고용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성의 관료주의는 그를 쉽게 인정해 주지 않는다. K는 자신의 존재와 직업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화를 걸고, 편지를 쓰고, 눈밭을 헤치며 성 주위를 맴돈다. 서류상의 인정 없이는 그는 그 마을에 존재해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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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조를 세우는 일: 벽지보다 기둥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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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레스 테마 선택: 르 코르뷔지에는 벽지를 고민하지 않았다 1914년,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을 바라보며 한 장의 설계도를 내놓았다. ‘돔 이노(Dom-Ino) 시스템’이라 이름 붙은 그 도면에는 육중한 벽체도, 화려한 장식도, 우아한 지붕도 없었다. 오직 얇은 콘크리트 슬래브와 이를 지탱하는 기둥, 그리고 층을 잇는 계단만이 존재했다. “이게 무슨 집인가. 그냥 뼈대일 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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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지털 사옥 착공: 황무지 내 집의 문패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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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레스 호스팅: 손가락이 예쁘다고 달이 빛나지는 않는다. – ‘지월(指月)’의 지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 불교 선(禪) 사상에는 ‘지월(指月)’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손가락은 달이 있는 곳을 안내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그 수단에 집착하느라 정작 바라봐야 할 본질을 놓친다. 형상에 매몰되어 의미를 잃고, 도구에 사로잡혀 목적을 잊는다. 지월은 선(禪) 수행에서 중요한 교육 방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