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의 ‘퍼스널 브랜딩’ 선언
창작의 본질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미지의 걸작(Le Chef-d’oeuvre inconnu, 1831>에서 노년의 화가 프레누호퍼는 평생에 걸쳐 단 하나의 캔버스에 매달린다. 완벽한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칠하고 칠하고 또 칠한다. 붓질이 거듭될수록 그의 확신은 더욱 단단해진다. 이번엔 다르다고, 이제 곧 완성된다고. 마침내 그가 “이제 됐다”며 붓을 놓았을 때, 그림을 본 이들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혼란스러운 선들과 색체의 뭉개짐, 형체를 알 수 없는 뒤엉킴 속에서 오직 구석에 남은 ‘여자의 발’ 하나만이 그가 도달하려 했던 완벽의 흔적으로 처연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완벽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가장 지적인 도망
고백하자면, 나의 지난 시간도 프레누호퍼의 캔버스를 닮아 있다. ‘2023_최종’, ‘2023_최종_진짜최종’, ‘2024_이번엔진짜’—파일명만 거창했다. 기획서라는 이름의 스케치는 화려했으나, 실행이라는 이름의 붓터치는 늘 주저를 반복했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가차 없이 기존의 것을 뒤엎었다. 나는 그것이 앞으로의 예견된 시련을 미연에 방지하는 현명한 선택이라 믿었다. 결국 승부는 디테일에서 갈린다며 지나치게 집착했다. 그렇게 무한의 굴레에서 다람쥐 쳇바퀴는 굴러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것은 ‘완벽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가장 지적인 도망’이었다는 것을. 완성하지 않으면 비판받을 일도 없다. 끝맺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 나는 그 안전한 유예의 시간 속에 숨어, 용의 머리만 그리다 뱀의 꼬리조차 남기지 못한 채 붓을 꺾곤 했다. 게으름과 완벽주의의 교묘한 줄타기에서 나의 실행력은 점차로 좀먹었다.
마흔의 겨울, 다시 빈 손으로…
마흔 중반. 이력서를 다듬어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기엔 너무 멀리 왔고, 아무런 준비 없이 야생으로 뛰어들기엔 지켜야 할 것들이 보인다. 잎새를 떨군 겨울 나무가 날것의 가지를 오롯이 드러내듯, 이제 나를 둘러싼 거품을 걷어낼 시간이다.
이력서에 적힌 몇 줄의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 정해놓은 양식 안에 나를 끼워 맞추는 일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손에 쥐어진 ‘내 것’이 무엇인가. 내가 진짜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질문 앞에 나는 다시 빈손이다.
공사중(Under Construction): 이력서 대신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로 하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이 글을 쓴다. 이력서를 쓰는 대신, 나라는 이름의 퍼스널 브랜딩을 짓기로 한다. 브랜드라는 단어가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브랜드는 화려한 로고나 그럴듯한 슬로건, 퀄리티 있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믿고,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기록이다.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마케팅이 아니라, 진행 중인 과정 그 자체를 다루는 그야말로 퍼스널 브랜딩(!)이다.
이곳은 멋진 포트폴리오 전시장이 아니다. 여기저기 벽돌이 널브러져 있고, 흙먼지가 날리며, 때로는 설계도가 수정되기도 하는 소란스러운 공사 현장이다. 나는 다시는 완벽한 도면을 그리지 않을 것이다. 기둥을 세우고 벽돌을 쌓는 하나 하나의 과정, 그 일련이 시행착오를 공개한다. 그것이 하물며 잘못 쌓아 무너진 벽돌의 잔해라도 낱낱이 기록하고 공유할 것이다.
내 인생에 더 이상의 그랜드 오픈은 없다. 대신 매일 매일의 작은 오픈이 있을 뿐이다. 서툰 시도, 어설픈 결과. 그럼에도 계속되는 다음 걸음들. 누군가는 이것을 미완성이라 하겠지. 하지만 나는 ‘살아있음’이라 칭하기로 한다.
서릿발 내린 창문에도 어느새 봄이 온다.
서릿발 친 창문 너머의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따뜻한 방을 나와 찬바람을 맞아야 한다. 유리에 낀 성애를 손바닥으로 녹여야 비로소 세계가 선명해진다. 더 이상 완벽주의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시간을 좀먹지 않으련다. 스스로의 미궁에서 빠져나와 내 손의 온기로 차가운 성애를 녹이겠다. 서릿발 내린 창문에서 어느새 봄이 온다.
완벽하지 않은 시작. 이것이 나의 첫 번째 벽돌이다.
당신의 첫 번쨰 벽돌의 무엇인가요?
[Gift] 완벽주의자들을 위한 AI 서포터 소환하기 (클릭)
생각은 가득한데 첫 문장이 막혀 깜빡이 커서만 멍때리고 계신가요?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의 글을 스스로 검열하기 때문에 시작이 어렵습니다. 이럴 땐 AI를 ‘나를 취재하러 온 에디터’로 고용하세요. 혼자하면 독백이지만 AI와 함께라면 대화가 됩니다. 아래 프롬프트를 복사해서 AI에게 붙여 넣고, 가볍게 수다 떨 듯 대답을 해보세요. 그 대답들은 훌륭한 초안이 됩니다.
[복사해서 쓰세요: 인터뷰 요청 프롬프트]
# Role
너는 15년 차 베테랑 매거진 에디터이자, 탁월한 인터뷰어다.
상대의 모호한 생각 속에서 '핵심 메시지'와 '스토리'를 끄집어내는 능력이 있다.
# Task
나의 [글감]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해줘.
나의 답변을 바탕으로 생각을 확장시키고, 최종적으로는 블로그에 올릴 [에세이 초안]을 작성해줘.
# Variables (입력 변수)
- 글감 주제: [여기에 주제를 쓰세요. 예: 완벽주의를 내려놓게 된 계기]
- 예상 독자: [예: 시작을 두려워하는 3040 직장인]
- 글의 톤앤매너: [예: 차분하고 사색적이지만, 마지막엔 힘을 주는 문체]
# Process (반드시 순서대로 수행할 것)
1. [질문 1]: 주제와 관련해 가장 강렬했던 기억이나 감정을 묻는 질문을 1개 던진다.
2. [대기]: 내가 답변할 때까지 기다린다. (한 번에 여러 질문 금지)
3. [심층 질문]: 나의 답변을 분석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체적인 후속 질문(Why/How/Meaning)을 1개 던진다. 이 과정을 3~4회 반복한다.
4. [정리 및 작성]: 인터뷰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지금까지의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서론-본론-결론]이 갖춰진 완성된 형태의 에세이 초안을 작성한다.
# Constraint (제약 사항)
-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만 한다. 절대 질문 리스트를 한꺼번에 쏟아내지 않는다.
- 나의 답변이 짧다면 구체적인 상황 묘사를 유도하는 질문을 던진다.
- 마지막 초안 작성 시, 너무 AI스러운 딱딱한 표현은 지양하고 감성적인 터치를 더한다.
자, 첫 번째 질문을 시작해줘.
[Tip] 위 프롬프트의 [Variables] 부분만 여러분의 상황에 맞게 고쳐서 입력하세요. 대답은 대충 해도 됩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정리해 주는 것이 AI 에디터의 능력이니까요.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