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광활한 초지 위에 홀연히 자리한 방주교회는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유작 중 하나로 꼽힌다. 2010년 한국건축가협회 대상을 수상하며 ‘제주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사랑 받아온 이곳을 통해, 공간이 선사하는 치유와 반영의 미학을 기록한다.
Client: 수산가족
Project: 사보 연재 시리즈 <건축의 발견>
Category: Space Narrative
Credit: 글/사진 엄용선
Original Text
반영의 미학이 깊이 있게 펼쳐지는 곳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방주교회. 2010년 제33회 한국건축가협회 대상을 수상한 이곳은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7대 건축물’에 선정되었다.
노아의 방주, 제주의 자연을 품다. 구원하다.

제주의 광활한 초지 위 홀연히 자리한 건물은 주변의 풍경을 그대로 흡수한다.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사방이 잔잔한 물에 잠겨있다. 그곳에 뾰족 서 있는 건물, 들판으로 바람이 불자 그 일렁거림 조차 미세하게 담아내니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노아의 방주를 본떠 만들었다 하여 ‘방주교회’라 한다. 재일한국인 이자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 이타미 준은 거칠고 투박한 자연재료를 여과 없이 사용하는 원초적인 건축 스타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곳과 함께 인근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히는 ‘포도호텔’ 또한 그의 작품이다.

방주교회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솟은 지붕은 노아의 방주를 그대로 형상화하며, 건물은 사방이 잔잔한 물에 잠겨 있으니 물과 빛 그리고 아름다운 나무, 금속 자재로 이루어진 건축물은 그 자체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대항마 같다. 보고 있자니 실로 웅장한 모습이다. 건물의 외벽은 반질한 유리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마치 거울과 같아 주변의 자연을 그대로 흡수한다. 그리고 수표는 그 모습을 오롯이 담아내니, 반영의 반영이 펼쳐지는 미학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오후의 햇살이 눈부신 어느 날 방주교회를 찾았다. 단층의 건물은 최소한의 장식으로 특유의 세련미를 내포하고 모든 것이 잔잔한 풍경 아래 있다. 유독 반짝이는 것은 삼각형 모자이크 무늬가 인상적인 방주의 지붕이다. 자잘하게 쪼개진 삼각형 문양은 흰색과 검은색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독특한 모습을 연출한다. 햇살 따라 다변하는 모자이크의 색감, 석양이 질 때면 화려하게 물드는 황금빛 색감이 시시각각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물의 둘레를 천천히 걸어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본다. 방주교회는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장소인 양 면면 새로운 느낌이다. 물을 지나 예배당으로 이어지는 길, 투박한 돌다리가 가는 길을 안내한다. 약 150명의 성도가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본당 역시 최소한의 장식으로 미니멀하게 완성된다. 투명한 유리 너머 푸른 하늘이 넘실대고 잔잔한 수면이 일렁거린다. 과함이 없는 대신 오롯이 자연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세상에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는 교회. 그런 바람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치유와 쉼, 물러섦을 배우는 교회다. 노아의 홍수 때는 방주에만 구원이 있었다. 하지만 방주교회는 그런 혼자만의 방주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홍수가 밀려올 때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그런 방주가 되길 소망한다. 아름다운 교회에서 마음과 영혼이 쉼을 얻는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이다.
방문정보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427번지
TEL : 064-794-0611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4시(월요일 휴무)
2025 Reflection
치유와 쉼, 물러섦을 배우는 교회
제주의 광활한 초지 위 홀연히 자리한 건물은 잔잔한 수면을 품고 고혹한 학 처럼 존재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각인됐던 인상에서 오늘의 나는 이타미 준이 왜 이 건물을 거대한 물웅덩이 한가운데 고립시켰는지를 자문한다. 2025년의 시선으로 본 방주교회는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다. 속도전의 일상에서 잠시 ‘로그아웃’하여 자아를 대면하게 하는 사유의 정거장이다, 치유와 쉼, 물러섦을 배우는 방주 교회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덧붙여 본다.

반영, 물이라는 거울 앞에서
기억에서 공간을 바라보는 주 시선을 건축물 자체에서 비껴가 그를 둘러싼 ‘물’의 존재에 멈춰본다. 잔잔한 일렁임으로 연속적 파동을 생산하는 표피는 하늘의 구름과 바람의 흔들림 등등. 자연의 변화를 오롯이 받아내는 거대한 거울이었다. 나 역시 그 일부가 되어 스스로의 형체를 말 없이 지켜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것은 일종의 권유였다. 수면에 비친 풍경의 조각들을 바라보는 행위는 곧 내면의 파편들을 수습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그렇게 한참을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날카롭게 솟은 지붕과 금속 자재의 차가운 질감이 또렷하다. 마치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가는 대항마와 같은 강인함이다. 그에 반해 내부는 지극히 미니멀하게 비워져 있었다. ‘단단한 외피와 유연한 내면’의 은유, 이 흥미로운 역설에서 이타미 준 특유의 온전한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경계인이 띄운 고독한 배
이타미 준, 본명 유동룡. 그는 한국과 일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던 경계의 사람이었다. 방주교회가 땅과 물 사이에 아슬하게 걸쳐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변방과 중심의 주변을 서성여야 했던 건축가 자신의 그림자가 거기 드리워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는 국제화라는 미명 아래 균질해져 가는 현대 건축의 흐름을 거슬렀다. 제주라는 땅이 품은 고유한 풍토, 그 정신의 결을 손끝으로 더듬듯 탐구했다. 방주교회는 그가 평생을 바쳐 물었던 ‘관계항’에 대한 고독한 응답이었다.
건축가는 건축을 ‘심연’이라 불렀다 한다. 방주교회의 본질은 금속 지붕도, 투명한 유리 벽도 아니었다. 자연과 인간 사이 어딘가에서 피어오르는 보이지 않는 세계. 그것을 보게 하는 창이 바로 이 공간이었다. 수면 위로 번지는 빛의 파문, 어디선가 불어와 스치는 바람의 속삭임. 건축이라는 렌즈를 통해 비로소 제주의 거친 야성과 그 안에 숨은 온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야성미와 따스함, 손끝에서 태어난 건축
그는 컴퓨터의 차가운 화면 대신 손끝에서 태어나는 드로잉을 믿었다고 한다. 사람의 온기와 생명의 떨림이 스며들지 않은 공간은 결코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수 없다고. 방주교회 지붕을 수놓은 금속 삼각 조각들의 율동이 떠오른다. 그것은 ‘야성미와 따스함’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세계의 화해였다. 조형주의와 결별하고 그가 마침내 손에 쥔 단단한 결정체. 당시의 나는 햇살 따라 색을 달리하는 그 모자이크에 넋을 잃었다. 지금의 나는 그 반짝임 아래 흐르는 건축가의 고단한 발자국 소리를, 변방에서 길어 올린 창조의 무게를 듣는다.
“미의식의 근저에는 비애와 슬픔이 있다.” 그의 문장이 방주교회 구석구석에 이끼처럼 스며 있다. 예배당 입구에서 강대상을 향해 걸을수록 천장이 높아지던 기억. 구원을 향해 두 손 뻗는 인간의 간절함이 착시라는 파격 속에 새겨져 있었다. 생명은 유한하기에 아름답다. 그 유한함을 응시할 때 비로소 곁에 선 누군가를 위해 방주의 한 자리를 내어줄 수 있게 된다.
모두의 방주, 공동체의 성소
“혼자만의 방주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이 각자도생의 시대를 건너는 우리에게 낮게 울린다. 그때의 나는 아름다운 조형 앞에서 그저 숨을 멈췄을 뿐이다. 지금의 나는 홍수가 밀려와도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비워두려는 방주의 환대에 더 오래 머문다. 건축이 구원이 되는 순간이 있다면, 누군가의 무너진 서사를 다시 세워주는 묵묵한 지지대가 되어줄 때일 것이다.
방주교회는 홀로 살아남기 위한 탈출구가 아니다. 풍파가 몰아칠 때 모두가 함께 머물며 서로의 슬픔을 나누는 공동체의 성소. 제주 중산간 어느 물 위에서, 지금도 고요히 떠 있다.
※ 2018년, 당시 마주한 방주교회의 인상을 2025년의 시선으로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Collaboration] 사유의 깊이로 지면의 품격을 설계 합니다.
세상의 풍경 속 문장을 읽기 위해 여행과 건축, 예술을 사유의 렌즈로 삼습니다.
라이프 아키텍트 엄용선은 현상 너머 본질을 응시하며, 대상의 결을 삶과 연결하는 정제된 인문학적 내러티브를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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