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수명은 기능의 상실과 함께 끝이 난다.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지역연계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본 프로젝트는 ‘폐기(Waste)’라는 단어에 갇힌 사물들의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단순히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을 넘어, 사물에 묻어있는 소유자의 시간과 사연을 인터뷰를 통해 채록하고 이를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했다. 기능이 다한 사물에 서사(Narrative)라는 새로운 구조를 입힘으로써, 소멸해가는 기억을 감각 가능한 ‘작품’으로 환원하고자 했던 재생(Regeneration)의 기록이다.
Project: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지역연계프로그램 <예술을 입혀드립니다>
Role: Artist & Storyteller (Interview & Installation)
Credit: 기획: 정명화 / 주관: 이중섭창작스튜디오
Venue: 제주 문화카페 [왓집] & 이중섭창작스튜디오
Period: 2013. 11. (Workshop) – 2014. 04.
Artists: 정명화, 전기숙, 엄용선
당신이 두고 간 물건, 예술작품으로 되살아나다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지역연계프로그램)

2026’s Note: 소멸해가는 기억을 복원하며
구조를 세우는 일은, 땅 위가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먼저 시작된다. 10여 년 전 제주에서 나는 ‘쓰레기’라 불리는 것들에 마이크를 들이댔다. 낡은 분통, 이가 빠진 삼각자, 코팅 벗겨진 프라이팬. 그것들은 폐기물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시간이 침전된 ‘기억의 화석’이었다.
물건은 너무 쉽게 소비되고, 너무 쉽게 버려진다. 기능이 다하면 우리는 그것을 ‘쓰레기’라 부른다. 그러나 사물에 묻어 있는 시간과 기억마저 함께 폐기해도 되는 것일까. 손때 묻은 물건을 버리는 순간, 우리는 그 물건과 함께했던 자신의 일부도 함께 지우는 것은 아닐까.
<예술옷 프로젝트>는 이 질문 앞에 멈춰 선 실험이었다. 우리는 ‘수거’ 대신 ‘인터뷰’를 택했다. 참여자들이 들고 온 사물에는 저마다 고유한 서사가 흐르고 있었다. 작가의 역할은 흐릿해진 기억의 결을 채록하고, 예술이라는 새로운 구조를 입혀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업사이클링이 아니었다. 소멸해가는 사물의 이야기를 붙잡아, 예술이라는 새로운 맥락 안에서 생명을 복원하는 재생(Regeneration)의 시도였다. 흩어진 파편에서 본질을 응시하고, 무형의 기억을 유형의 결과물로 빚어내는 일. 이곳에서 사물은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니다.
기억을 채록하고, 구조를 입히다.

2013년 겨울, 정명화 기획자가 이끄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우리는 질문했다. 모든 물건에는 주인의 손때와 시간이 묻어 있다. 기능이 다했다고 해서 그 시간마저 폐기될 수 있는가? 만약 작가의 시선(Eye)과 해석(Think)이 닿는다면, 이 죽어가는 사물은 다시 누군가의 곁에 머무는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참여 작가로 나는 물건을 줍기 전에 먼저 이야기를 주웠다. 내가 맡은 역할은 사물과 사람 사이의 끊어진 고리를 ‘인터뷰’로 잇는 것이었다. 버려지는 물건 앞에서 “왜 버리려 하나요?”라고 묻는 일. 그 질문은 사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사물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었다.
접수(Intake): 참여자가 더 이상 쓸모없어진 물건을 가져온다. 성명, 주소, 연락처와 함께 물건에 얽힌 사연을 기록한다.
심층 인터뷰(Deep Interview):“언제 구입했나요?”, “왜 버리려 하나요?”, “이 물건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질문을 통해 사물에 숨겨진 주인의 삶을 발굴한다. 대부분의 참여자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러나 질문이 깊어질수록 목소리가 낮아졌고, 어느 순간 자신도 잊고 있던 기억의 층위가 드러났다.
작품 제작(Restructuring): 수집된 이야기에 예술적 해석을 더해 회화나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사물의 물성과 서사가 만나 새로운 맥락을 얻는 순간이다.
전시 및 환원(Exhibition & Return): 결과물은 전시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전시가 끝나면 작품이 되어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간다. 버리려 했던 물건이 액자에 담겨 돌아오는 경험. 그것은 단순한 반환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받아들이는 의식이었다.
사물이 말하는 3가지 기억
Story 01. 여자의 분통 (우OO, 33)

“나를 가장 사랑해 주었던 남자가 준 첫 선물이에요.
스스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내가, 처음으로 예뻐 보였던 날. 내 얼굴엔 이 분통의 가루가 발라져 있었죠.”
2006년 겨울, 외삼촌의 소개로 만난 남자는 여덟 살이나 많았고, 농사를 짓는다 했다. 첫인상은 이상형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대화가 통했고, 진심이 느껴졌다. 사귄 지 한 달째 되던 날, 남자가 수줍게 내민 손에 분통이 들려 있었다. “지금도 충분히 예쁘지만, 그래도 주고 싶었다”는 말 한마디에 여자는 설렜다.
결혼 후 농사일과 육아에 치이며 화장할 시간은 사라졌다. 8년이 지난 분통에는 아직 분가루가 남아 있다. 오래되어 독이 될지도 모를 가루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 안에 ‘사랑받았던 기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분통 터질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 분통 덕분에 여자는 현재를 견딘다.
그녀에게 분통은 화장품이 아니라 ‘자존감’이었다.
[인터뷰01] 여자의 분통_우OO(33) (전문 클릭)
‘나를 가장 사랑해 주었던 남자’가 주었다는 분통을 내미는 여자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있다. 스스로를 별로 ‘예쁜 편’이 아니라며 그래서 인기도 별로였던 것 같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여자, 이 분통은 그런 여자에게 여자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주었던 남자의 첫 선물이다.
2006년 11월 어느 추운 겨울, 여자는 외삼촌의 소개로 남자를 처음 만난다. 여자보다 무려 8살이나 많았던 남자는 그보다 더한 노티함으로 여자 앞에 나타났다. 농사를 짓는다는 남자는 대머리기도 약간 있는 것이 여러모로 여자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실망감에 대충 시간이나 때우려는 요량이었다. 남자의 진심에 건성으로 답하며 시큰둥해 있었는데 이 남자, 의외로 대화가 잘 통한다. 선한 인상에 환한 웃음도 자꾸 눈길이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에게 진심을 다했다. 그렇게 둘은 커플이 되었다. 그때의여자는 여자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받았다.
사귄지 1달째 되던 날, 남자가 수줍게 내민 손에 분통이 들려있었다. 지금도 충분히 예쁘기에 필요 없는 물건인줄 알지만 그래도 주고 싶었다는 남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 그 뻔한 거짓말에 여자는 설렌다. 만날 때마다 바르고 나오라던 분통이었다. 여자는 매일 그 분통을 열었고 얼굴을 단장했다. 남부럽지 않은 연애를 격정이란 단어로 추억하는 여자, 만난 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커플은 오며가는 시간이 아깝다며 서둘러 부부의 연을 맺었다. 첫 만남에 거슬렸던 민머리도 점점 내려와 이제는 멋스럽기 까지 하다. 제대로 콩깍지가 쓰인 거다.
연애가 달콤한 꿈이라면 결혼은 현실이었다. 농사짓는 남편의 뒷바라지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여자가 감당하기엔 조금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아침을 챙겨야 했고, 때 되면 새참 배달도 가야 했다. 한창 바쁜 농번기 때는 어설픈 일손이나마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그러다 임신을 했다. 결혼한 지 3개월 만이다.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여자는 아이들 키우라 남편 뒷바라지 하랴 농사일 도우랴 도대체가 꾸밀 시간이 없었다. 8년 된 분통에 아직 분가루가 적잖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이제는 오래 되어 독이 될 분가루가 그렇게 통속에 존재한다.
현명한 여자는 그럴 줄 알았단다. 연애와 결혼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냐며 아직은 그 삶을 행복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여자의 행복은 기억에 의존하니, 자신을 최고의 여자로 대해 주었던 남자와의 기억, 그 설렘, 그 떨림, 그 환희로 여자는 현재를 산다. 살면서 분통 터질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이 분통 때문에 여자는 살아간다.
스스로 말하길 별로 예쁘지 않았던 여자가 처음으로 그 자신이 예뻐 보였던 날, 그날 여자의 얼굴에는 이 통속의 분이 곱게 발라져 있었다.
Story 02. 싸구려 삼각자 (황OO)

“건축학도 시절, 내 장난기와 젊음이 묻어있는 삼각자예요.
이제 건축을 떠나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살려 합니다. 45도 각도로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요.”
여자가 내민 것은 작고 낡은 삼각자였다. 군데군데 이가 빠지고, 잉크 자국이 깊게 배어 있었다. 동네 문방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구려. 그러나 15년을 함께한 물건이었다. 대학 시절, 장난기 넘치던 여자는 삼각자의 뾰족한 끝을 무기 삼아 선배들을 괴롭히며 놀았다. 그 시절을 ‘망나니’였다고 회상하는 여자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같은 과 선배와 사랑도 했다. 졸업 후 서울의 건축회사에서 10년을 버텼다. 날밤을 새워도 손에 쥐어진 건 몇 푼의 월급뿐이었다. 이제 그만 편하게 살고 싶어졌다.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여자는 삼각자를 내놓았다. 낡은 삼각자는 치열했던 20대이자,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페르소나였다.
[인터뷰02] 싸구려 삼각자 (황OO) (전문 클릭)
여자가 내민 것은 작고 낡은 삼각자였다. 군대 군대 이가 빠지고 깊게 물든 잉크 자국, 삼면에 부착된 테이핑 위로 여자만이 알만한 눈금이 표시되어 있었다. 가볍고 빈해보이는 외관, 동네 문방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태는 건축을 전공한 건축학도의 물건이라기엔 뭔가 많이 부족한 모양새다. 그러나 여자는 바로 그 점이 좋았다고 한다. 싸구려 삼각자의 부담 없음은 그것을 잃어버린다 한들 하등 아쉬울 것이 없어보였다. 10년을 훌쩍 넘겨 15년이 다 되어간다. 잃어버려도 하등 아까울 것 없는 싸구려 삼각자는 이제 잃어버리면 조금은 아쉬울 것도 같다. 꼬질 해진 외관만큼 많은 추억이 쌓인 까닭이다.
삼각자는 한쪽 끝이 유난히 길고 뾰족하다. 그리고 장난기가 심한 여자는 그 점을 놓치지 않는다. 가운데 뚫린 구명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한쪽 면을 감싸 쥐면 허접했던 삼각자는 절대무기가 된다. M16소총이 부럽지 않다. 대학시절 수많은 선배 오빠들은 여자의 삼각 무기 앞에 한 없이 무기력했다. 끝도 없이 뒤를 허락하고 쉽사리 정수리를 노출했다. 33살의 여자는 그 시절을 ‘장난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라 회상한다. 더불어 그때의 자신을 ‘망나니’였다 정의하길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절 ‘망나니’를 사랑한 한 남자가 있었다.
같은 학교 같은 과 선배였던 아무개를 떠올리는 여자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그는 사근한 성격도 아닐뿐더러 장난기까지 심했던 여자를 ‘여자’로 봐준 유일한 ‘남자’였다. 망나니 여자는 남자를 만나 흔히들 CC가 그러하듯 보통의 사랑을 하였고 보통의 추억을 쌓았다. 그 오빠는 자상했고 헌신적이었으며 사랑이 넘치는 남자였다. 좋은 것만 떠올릴 줄 아는 현명함은 여자가 갖춘 수많은 장점 중의 하나인 듯하다. 여자에게 참 잘했다는 그 남자는 현재 동창과 결혼하여 아들 하나, 딸 하나의 아버지가 되었다 한다. 33살, 아직 솔로라는 여자는 여전히 비주얼을 포기 못하는 자신의 철없음을 부단히 탓해본다.
졸업 후 여자는 서울 모처의 건축회사에 설계사로 취직한다. 그리고 10년, 사회는 치열했다. 날밤 까기를 밥 먹듯이 하고도 손에 쥐어진 건 고작 몇 푼의 월급이 전부였다. 잃은 건 건강이요 얻은 건 참을성뿐인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악했던 여자는 이제 그만 편하게 살고 싶어진다. 버릴 건 욕심이요 가질건 물아의 경지니라... 제 시간을 찾고 싶은 여자는 그래서 건축을 떠나보내려 한다.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또 한명의 몽상가가 내 앞에 있다. 낡은 삼각자를 건네는 여자의 손에 아쉬움이 묻어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은 태연함을 가장한다. 45도 경사를 타고 모든 걸 내려놓은 여자는 이제 막 45도 경사를 타고 이상의 세계로 한 발을 내딛는다. 그녀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하길 빌어본다.
Story 03. 요리조리 프라이팬 (김OO)

“혼자가 싫어서 제주에 왔는데 여전히 혼자네요.
이 낡은 팬 위에 둘이 먹을 행복한 요리를 볶고 싶습니다.”
슬쩍 봐도 상처투성이다. 여기저기 까지고 긁힌 자국이 적나라하다. 뒤집어 보면 바닥은 까맣게 그을렸다. 고3 때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함께한 프라이팬이다.
경주 출신의 남자는 부산에서 20년을 보냈다. 혼자 사는 이유를 묻자 “둘이 살 수 없어서”라는 멋쩍은 대답이 돌아왔다. 2008년, 사랑하는 여자를 따라 제주로 왔다. 드디어 둘이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2013년 12월, 여전히 혼자다.
남자는 요리를 좋아한다. 작게나마 자신의 가게를 갖는 것이 꿈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상처투성이 프라이팬은 고독한 남자의 ‘준비된 마음’이었다. 까맣게 그을린 바닥은 그가 견뎌온 외로움의 두께이자, 앞으로 채워질 사랑의 깊이다.
[인터뷰03] 요리조리 프라이팬_김OO (전문 클릭)
슬쩍 봐도 상처투성이다. 여기저기 까지고 긁힌 자국이 적나라하다. 뒤집어 보면 바닥은 까맣게 그을렸다. 10년 혹은 그 이상의 연식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놈이다.
경주가 고향이라는 남자는 부산에서 20년을 보냈다고 한다. 처음 자취를 시작한 건 고3 어느 날, 남자에게 혼자 사는 이유를 물어보니 “둘이 살수 없어서...”라는 멋쩍은 대답만 돌아온다. 남자가 제주도를 온 건 순전히 여자 때문이다. 무던히도 혼자 살아온 남자는 오로지 둘이 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여자를 따라 2008년 ‘제주도’로 날아온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홀로 생활을 청산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깨 볶고 햄 볶는 생활을 할 참이다.
남자는 제주시의 한 게임회사에서 고객상담을 맡고 있다. 주로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데 고객 상담이란 게 그렇듯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도 메일업무는 전화상담보다는 나은 편이다. 전화로 고객을 응대하는 일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도 괜찮다.
제주 생활 6년째, 제법 괜찮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깟 스트레스, 수다 삼매경에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성실한 직장생활, 술담배는 사절이다. 천성이 검소한 지라 모아놓은 돈도 제법 된다. 제주시 연동 노른자 땅 위에 제 명의의 집도 한 채 장만해 놓았다고 조금 으스대기도 해본다. 올해가 가면 33살이 되는 남자는 스스로를 ‘준비된 남자’라고 한다. 2008년 잠시 옆구리가 따뜻했던 남자는 2013년 12월, 여전히 혼자 살고 있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순간의 도취이며 기다리는 사랑은 미아가 되어 방황중이다.
남자는 요리를 좋아한다. 스스로 생긴거 답지 않다지만 꽤 훌륭한 요리를 자신한다. 이 프라이팬은 그런 남자의 자신감의 산물이다.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덕분에 배는 불렀잖은가! 남자는 요리사가 꿈이다. 작게나마 그의 가게도 갖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더 이상 혼자는 싫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둘이 되어 갖가지 행복을 이 프라이팬 위에 볶고 싶다. 상처뿐인 프라이팬이지만 아직은 쓸 만하지 않은가!
마주봄, 그리고 남겨진 것들

2014년 봄, 제주 문화카페 〔왓집〕에서 〈예술옷 프로젝트〉 전시가 열렸다. 겨울 동안 수집된 여덟 개의 사연이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하여 관객과 만났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버리려 했던 물건이 작품이 되어 걸린 것을 보며 말했다.
“이 낡은 것이 이렇게 빛날 줄 몰랐어요.”
가치는 대상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것을 재해석하는 구조에 있다. 기능을 다한 사물이 작품으로 환생하여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듯, 우리의 삶 또한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복원될 수 있다. 이 전시는 그것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본질적으로 같은 일을 한다. 대상만 바뀌었을 뿐이다. 버려진 물건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들의 삶으로. 나는 여전히 흩어진 경험과 실패의 기억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그것을 단단한 서사로 다시 지어 올린다. 구조를 세우는 일은 땅 위가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멸해가는 것들을 복원하여 삶의 뼈대를 세우고 있다.
사물은 사라져도 이야기는 남는다.
※ 이 글은 2013~2014년 제주에서 진행된 <예술옷 프로젝트>의 기록을 2026년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Collaboration] 소멸해가는 것들에 새로운 구조를 입힙니다.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기억과 서사가 깃든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기획합니다.
기능이 다한 사물의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포착하여, 관객이 공감하고 소유하고 싶은 밀도 높은 예술 서사를 설계합니다.
- 기억의 채록 (Memory Archiving): 사물이나 공간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층 인터뷰하여, 휘발되지 않는 단단한 서사로 기록합니다.
- 가치의 재발견 (Value Discovery): ‘폐기(Waste)’로 치부되는 대상에서 고유한 미학적 가치를 발굴하여, 브랜드의 새로운 자산으로 치환합니다.
- 예술적 재생 (Artistic Regeneration): 기획 의도와 사물의 물성을 결합하여, 버려진 것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인문학적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사물은 사라져도 이야기는 남습니다.”
낡은 것에서 본질을 찾아내는 기획은 브랜드와 공간의 역사성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깊이 있는 아카이빙과 섬세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프로젝트에 독보적인 시선을 제안합니다.
Legacy Archiving, 스토리텔링 기획, 브랜드 헤리티지 구축
Life Architect, EOM YONG SUN
삶의 밀도를 짓고, 시간의 결을 수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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