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실체로 번역하는 통합 브랜딩의 기록

건물은 완성됐는데, 이야기가 없습니다.
“설계 2년, 시공 1년. 공들여지었는데 막상 분양하려니 이 집의 가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수많은 건축주가 묻는다. “브랜드 전략은 언제부터 세워야 합니까?”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땅을 보러 가는 그날입니다.” 공간 브랜딩은 완공 후에 명찰을 다는 것이 아니다. 첫 삽을 뜨기 전, 기획 단계(Architectural Planning)에서부터 공간이 품을 이야기가 설계되어야 한다. 여기, 대지분석 부터 네이밍, 공간 연출, 콘텐츠 운영까지—파편화된 용역을 하나의 완결된 서사(Narrative)로 엮어낸 묵화담(墨畵淡)의 3년 기록을 공개한다.


Site Analysis: 땅의 언어를 읽다(Pre-Branding)
모든 서사는 대지에서 시작된다 능평로 156번길. 전기를 지중화하여 전봇대 하나 없이 정돈된 마을길. 사방으로 울창한 숲이 대지를 포근히 감싸는 전경. 저 멀리 불곡산 자락이 늠름하게 자리한 ‘동현마을’은 숲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땅이었다.
대지 분석은 물리적 조건과 인문학적 맥락의 균형이다. 분당·용인 생활권의 인프라를 누리면서도 불곡산 산책로와 맞닿은 입지, 그리고 단지 내 동결방지 시스템까지 갖춘 이곳은 도심 속 전원생활의 최적지였다.
- 생활권: 분당 4.3km, 용인 수지 5km, 서울 강남·잠실 광역버스 연결
- 건축개요: 대지 2,320㎡ / 총 3개 동 (지하 1층~지상 2층)
하지만 분석의 핵심은 숫자가 아닌 ‘삶의 태도’를 읽는 데 있었다. ‘교수마을’이라는 별칭이 암시하듯, 이곳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사색과 철학이 깃든 정적(靜寂)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땅이었다. 이 직관은 곧 ‘#사색 #철학 #여백의미 #중첩’이라는 키워드로 구체화되어, 묵화담 브랜드의 단단한 씨앗이 되었다.
인사이트: 대지분석은 ‘디자인 이전의 연구’다. 땅의 물리적 조건 뿐 아니라 인문학적·사회적 맥락을 읽어낼 때, 브랜드의 DNA가 싹튼다.


Concept Building: 철학을 구조로 세우다.
추상을 건축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정의’의 과정이다. 브레인스토밍에서 도출된 ‘사색, 철학, 지조, 여백…’ 이 추상적 가치들을 어떻게 눈에 보이는 건축으로 번역할 것인가. 나는 그 해답을 우리 건축사에서 찾았다.
묵화담의 디자인 모티브는 종묘(宗廟)다. 거대한 단층 건물인 정전의 수평선과 넓은 월대, 조각보 같은 박석의 배치. 단출한 맞배지붕이 만들어내는 소박한 아름다움에서 조선 선비의 올곧은 정신미를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운 철학이 바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백제의 미학은 현대에 와서 간결하고 기품 있는 미니멀리즘의 토대이자, 묵화담 매스(Mass)와 창호를 결정하는 엄격한 ‘설계의 헌법’이 되었다.
인사이트: 컨셉은 ‘분위기’가 아니라 ‘설계 원칙’이다. “왜 이 창이 여기 있는가?”, “왜 이 재료를 선택했는가?”에 대한 답이 철학에서 나올 때, 공간은 일관된 힘을 갖는다.
Naming: ‘묵화담(墨畵淡)’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기까지
이름은 철학의 압축이어야 한다. 좋은 이름은 설명이 필요 없다지만 그것이 도출되기 까지의 논리는 치밀해야 한다. ‘사색, 여백, 중첩’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하나의 이미지로 응축할 수 있는 메타포를 찾는 과정에서 나는 묵화(墨畵)를 떠올렸다. 먹의 농담(濃淡)으로 깊이를 만들고 여백으로 완성하는 수묵화는 우리가 설계한 공간 경험과 정확히 닮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세 개의 글자를 도출하였다.

- 묵(墨): 깊이 있는 사색의 농담.
- 화(畵): 창이 담아내는 자연의 그림
- 담(淡): 욕심을 비워낸 마음
묵-화-담. 입 안에서 굴러가는 음절이 묵직하면서도 담백하다. 한자의 의미와 음성적 리듬까지 컨셉과 조응하는 이 이름은, 프로젝트 전체를 관통하는 정체성이자 3개 동 각각의 이름이 되었다.
인사이트: 네이밍은 마케팅의 후속 작업이 아니다. 컨셉 빌딩과 동시에, 때로는 그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름이 정해지는 순간, 프로젝트의 방향이 선명해진다.


건축 배치 계획: 철학이 도면이 되는 순간
네이밍을 물리적 구조로 옮기는 과정에서 배치의 핵심은 독립성 확보, 자연 조망 극대화, 그리고 진입부터 내부까지 깊어지는 ‘중첩의 미학’이었다. 각 동은 지하 1층부터 다락까지 수직적으로 적층되며, 개방(Void)에서 은닉(Private)으로, 다시 자연(Nature)으로 이어지는 건축적 시퀀스를 가진다.
- 1F (The Void): 환대와 소통의 공간. 높은 층고와 채광으로 여백의 미를 구현하고, 거실 창을 통해 마당과 수영장으로 내부의 삶을 자연 속으로 확장시킨다.
- 2F (The Private): 침묵과 사색의 공간. 긴 복도를 따라 배치된 침실과 개별 발코니는 1층과 대조적인 아늑함을 선사하며 내밀한 휴식을 보장한다.
- Attic (The Sky): 하늘과 맞닿은 공간. 옥상정원과 멀티룸은 거주자의 취향에 따라 다채롭게 활용되며 전원생활의 로망을 완성한다.
묵화담의 전체 동선은 성급함을 허락하지 않는 삶의 속도에 맞춰진다.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긴 복도는 ‘사유의 길’이다. 천천히 걸으며 바깥의 분주함을 내려놓는 느린 진입은 묵화담이 제안하는 삶의 속도다.
인사이트: 평면도는 숫자가 아니라 서사다. 동선 하나, 창문 하나가 거주자의 삶의 방식을 설계한다. 건축과 브랜딩은 분리될 수 없다.


BI Design: 톤앤매너의 일관성
건축 시공이 진행되는 동안, 시각 아이덴티티 작업도 병행되었다. 로고, 브로셔, 현장 배너를 하나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은 컬러 팔레트 고민에서 시작한다. 다채로운 색상의 유혹이 있었지만, 나에겐 이미 정립된 미학의 기준이 있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를 시각화한 컬러 시스템은 백색과 먹색을 주조색으로 하며 이는 절제된 품격을 상징한다. 보조색은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해 웜 계열의 우드 톤으로 정한다. 마지막으로 묵화의 농담의 절정에 있는 검정(진한 먹색)을 강조색으로 지정하였다.
여기에 단아한 서체를 적용하여 완성된 BI디자인은 모던하되 차갑지 않고, 기품 있되 위압적이지 않은 톤앤 메너를 가진다.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 시스템은 현장 배너, 분양 브로셔, 블로그 및 SNS 채널 운영 등등. 다방면에 활용되며 브랜드의 인상을 통일시켰다.
인사이트: BI는 ‘예쁜 로고’가 아니라 ‘일관된 인상’이다. 방문객이 현장 배너를 보고 느끼는 감정과, 브로셔를 넘기며 느끼는 감정과, 샘플하우스에 들어서며 느끼는 감정이 같아야 한다.

Sample House VMD: 철학을 라이프스타일로 구현하다.
완공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그 침묵을 채우는 가장 묵화담스러운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곳에 ‘삶’을 채워 넣기 위해 ‘여백의 미’를 원칙으로 한 샘플하우스(VMD) 전략을 펼쳤다.
컨셉에 맞는 가구를 들이고, 장식을 하고, 조명을 밝히는 일반적인 채움 대신 ‘비움’이 주인공이 되는 스타일링을 택했다. ‘검이불루’의 철학을 보여주기 위해 과시적인 명품 가구 대신, 결이 살아있는 원목의 먹색 테이블과 단아한 소품을 곳곳에 배치했다. 필요하다면 제작도 불사하며 타협 없는 큐레이션을 완성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트 콜라보, <집집(House × Zip)>展을 통해 공간에 예술을 초대했다. 서양화가 전은숙 작가의 회화가 묵화담의 빈 벽을 채우자 정적(Static)인 공간과 동적(Dynamic)인 예술이 충돌하며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이 전시는 묵화담이 단순한 주거 상품이 아니라, 예술을 담아내는 그릇임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이 행사를 ‘부동산 투어’가 아닌 ‘프라이빗 도슨트 투어’로 운영했다. 100% 사전 예약제로 소수의 인원이 맨발로 바닥재의 결, 공간의 온도, 집이 가진 고유의 체온을 느끼며 그림을 감상하게 했다. 그 순간, 방문객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공간에 ‘머무는 사람’이 되었다.
인사이트: 샘플하우스는 ‘가구 전시장’이 아니다. 이 집에서 가능한 삶의 태도를 미리 경험하게 하는 것. 그것이 VMD의 본질이다.

과정의 기록: 투명함이 만드는 신뢰의 자산
묵화담 프로젝트는 완공된 순간이 아니라, 첫 삽을 뜨기도 전인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상에 공개되었다. 우리는 <건축일지>라는 시리즈를 통해 땅과의 첫 만남부터 대지 분석, 컨셉 도출, 그리고 네이밍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했다.
나는 단순히 매끄러운 결과물만 전시하는 것을 거부했다. 대신 그 이면에 담긴 치열한 고민의 과정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었다. 땅을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 컨셉을 잡기 위해 레퍼런스를 수집한 이야기, 네이밍을 위해 한자를 조합하고 음성적 리듬을 검토한 고민. 이 모든 과정의 ‘투명한 공개’는 잠재 고객에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깊은 신뢰를 심어주었다. “이 사람들은 진짜 고민하는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이는 곧 강력한 브랜드 팬덤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전략은 정교한 ‘콘텐츠 퍼널(Content Funnel)’로 작동했다. 검색을 통해 유입된 방문자는 건축일지를 구독하며 브랜드의 철학을 깊이 인지하게 되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전시(집집展)를 방문하고 분양 문의로 전환되었으며 실질적 구매로 까지 이어지는 성과를 낳았다. 묵화담을 단순히 ‘알게 된’ 사람과, 그 탄생 과정을 ‘지켜본’ 사람의 전환율은 질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묵화담에게 콘텐츠는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고객과 맺는 가장 단단한 ‘관계’였다.
인사이트: 브랜딩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다. 과정을 함께한 사람들은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팬’이 된다.

Director’s Note. 파편화된 용역이 아닌, 하나의 완결된 서사(Narrative)
2025년에 이르러 묵화담 프로젝트를 다시금 회고한다. 대지 분석에서 시작해 컨셉 빌딩과 네이밍, BI 디자인을 거쳐 건축 배치와 샘플하우스 VMD, 그리고 콘텐츠 운영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철학 아래 일관되게 흐를 때, 건물은 단순한 ‘팔아야 할 상품’이 아니라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이야기’가 된다.
‘공간 브랜딩’은 건축가가 도면을 그리고, 시공사가 건물을 올리고, 인테리어 업체가 스타일링을 하고, 마케팅 회사가 광고를 만드는 분절된 프로세스가 아니다. 땅을 읽는 순간부터 입주자가 첫 번째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하나의 서사로 매끄럽게 연결된 총체적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묵화담은 바로 그 치열한 실험의 기록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묵화담에는 누군가의 삶이 펼쳐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창밖의 숲을 바라보고, 저녁에는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는 평온한 일상. 그 소소한 순간들이 우리가 설계한 서사 위에서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Road Map] 건축(공간)에 완결된 서사를 부여하는 브랜딩 과정
대지분석부터 입주까지, 파편화된 용역이 아닌 하나의 통합된 브랜딩을 설계합니다.
Phase 1. Pre-Branding
- Site Analysis: 물리적·인문학적 대지분석
- Target Persona: 잠재 거주자의 삶의 태도 예측
- Keyword Extraction: 브랜드 DNA 도출
Phase 2. Concept Building
- Design Philosophy: 건축 미학의 정립
- Reference Archiving: 역사적·문화적 레퍼런스 수집
- Naming & Copywriting: 네이밍 개발 및 핵심 카피
Phase 3. Visual Identity
- BI Design: 로고, 컬러 시스템, 타이포그래피
- Collateral: 브로셔, 현장 배너, 제안서
- Tone & Manner Guideline
Phase 4. Space Directing
- VMD: 샘플하우스 스타일링
- Art Collaboration: 전시 기획 및 아티스트 협업
- Experience Design: 투어 프로그램 설계
Phase 5. Content Strategy
- Editorial: 건축일지, 블로그 콘텐츠
- SNS: 채널 운영 및 커뮤니티 빌딩
- PR: 미디어 노출 전략
[Project Scope] 공간에 완결된 서사를 부여하는 일
대지분석부터 입주까지, 파편화된 용역이 아닌 하나의 통합된 브랜딩을 설계합니다.
- Concept Planning: 건축 기획 및 공간 철학 도출
- Brand Storytelling: 네이밍(Naming) 및 브랜드 세계관 구축
- Arch-Editorials: 채널 기획/운영 및 건축 비평·에세이 발행
- Brand Design: BI, 브로셔, 현장 배너 및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 Space Directing: 샘플하우스 콘셉트 기획 및 공간 연출(VMD)
당신의 건축에도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Life Architect, EOM YONG SUN
삶의 밀도를 짓고, 시간의 결을 수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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